전체 글21 이터널 선샤인 (2004) — 지워도 남는 마음, 잊을 수 없는 사랑 사랑은 기억 속에서 사라질 수 있지만, 마음의 어딘가에서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들어가며 — 이별을 ‘지운다’는 발상의 슬픔처음 이터널 선샤인을 봤을 때 SF처럼 보였습니다. 기억을 지워주는 기술, 머릿속에서 사랑의 흔적을 삭제하는 실험 등 하지만 이 영화가 진짜로 말하고 싶은 건 기술이 아니라 ‘감정’이었던 겁니다. 사랑을 잊고 싶어 하면서도, 그 사랑으로 다시 돌아가는 인간의 모순을 담은 이야기죠. 미셸 공드리는 복잡한 구조 대신, 감정의 진실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슬프지만, 동시에 따뜻했습니다..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잊는 것’이 꼭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고통을 피하려 하지만, 결국 그 고통 속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합니다. 사랑도 마찬.. 2025. 10. 9. 그녀에게 (2002) — 말하지 않아도 닿는 마음의 언어 말은 사라져도, 마음은 여전히 이어진다. 사랑이란 그런 침묵의 언어다.들어가며 — 사랑을 말하지 않고 표현하는 법그녀에게는 말보다 침묵이 더 큰 영화입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대화’라는 행위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소통의 부재 속에서도 마음이 닿을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이야기입니다. 겉보기엔 낯설고 복잡한 구조지만, 그 안에는 너무나 단순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 누군가에게 진심을 전하려면, 먼저 그 사람의 침묵을 들어야 한다는 것.처음 봤을 때, 이 영화는 다소 이상했습니다. 왜 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불편하게 풀어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알겠더군요. 알모도바르는 ‘예쁜 사랑’이 아니라, ‘인간적인 사랑’을 보여주려 했던 겁니다. 그건 불완전하고, 때로는.. 2025. 10. 9. 헤어질 결심(2022) 들어가며 — 사랑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헤어질 결심은 단순한 멜로가 아닙니다. 박찬욱 감독은 사랑을 수수께끼처럼 다룹니다. 사랑이란, 결국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끝내 이해하고 싶어하는 감정이라는 걸 이 영화는 고요한 화면 속에 담고 있습니다. 사건은 형식이고, 감정은 본질이죠. 사랑과 의심이 교차하는 그 경계에서 우리는 해준과 서래의 비극을 따라가게 됩니다.처음 영화를 봤을 땐, 속도가 느리고 대사가 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선이 자꾸 머물렀습니다. 정적 속에 묘한 긴장감이 있고, 침묵 속에 감정이 숨어 있었거든요. 이 영화는 사랑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모호함을 아름답게 포착합니다.해준과 서래 — 추락사에서 시작된 감정의 균열형사 해준(박해일)은 규칙적인 .. 2025. 10. 9.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004) — 사랑이 기억을 잃어도 마음은 남는다 사랑이란 건, 기억이 사라져도 마지막까지 붙잡게 되는 마음의 본능이다.들어가며 — 슬픔보다 따뜻했던 영화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의 이야기이지만, 정작 기억보다 더 오래 남는 건 사랑의 온도입니다. 이재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사랑의 지속성’을 이야기합니다. 기억이 사라져도, 감정은 남고, 몸이 잊어도 마음은 기억한다는 것. 바로 그 믿음이 영화 전체를 지탱합니다.처음 봤을 때, 이 영화는 너무 예쁘고 너무 슬펐습니다. 흔한 멜로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눈물이 멈추지 않았죠.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기억과의 싸움’이 될 때,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지, 이 영화는 조용히 보여줍니다.수진과 철수 — 기억이 아닌 마음으로 사랑하다영화의 중심엔 수진(손예진).. 2025. 10. 9. 시월애 (2000) — 시간이 엇갈려도, 마음은 결국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이 같은 집에 살지만, 두 해의 시간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사랑은 그 거리를 넘었다.들어가며 — 시간보다 느리지만, 더 깊은 감정시월애는 시간을 소재로 한 멜로 영화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타임슬립’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 아니라, ‘기다림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시간 속을 살아가며 서로의 편지를 통해 마음을 나눕니다. 그리고 그 편지들은 현실의 거리를 넘어 마음이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처음 봤을 때, 영화는 느리고 조용했습니다. 하지만 그 느림 속에는 섬세한 감정의 진폭이 숨어 있었습니다. 겨울의 빛, 호수의 고요, 낡은 우체통의 질감까지. 모든 장면이 마치 기억의 조각처럼 남습니다. 이현승 감독은 ‘기억과 시간’을 .. 2025. 10. 9. 외출 (2005) — 상처가 사랑으로 번지던 그 조용한 시간들 두 사람은 사랑하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법으로 사랑했다.들어가며 — 허진호의 ‘감정의 여백’이 가장 깊었던 영화외출은 허진호 감독의 영화 중에서도 가장 조용하고, 가장 섬세합니다. 대사보다 눈빛이 많고, 사건보다 침묵이 길죠. 이 영화는 ‘사랑의 시작’이 아니라 ‘사랑이 생겨버린 순간’을 다룹니다. 그것도 가장 모순된 상황에서요. 두 사람은 사랑해서가 아니라, 상처를 나눠야 했기 때문에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상처 속에서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영화의 첫 장면부터 분위기는 무겁습니다. “당신의 남편과 제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한 문장으로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죽음, 배신,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허진호 감독은 그 비극을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2025. 10. 9. 이전 1 2 3 4 다음